본문 바로가기

유아인과의 인터뷰

soul rebel

“세상으로부터 튕겨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시기를 이제 조금 벗어난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가벼운 질문에도 단어를 골라내 글을 쓰듯 오래 고민한 후 얘기했다. 행복은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남자, 유아인을 만났다.

<VOGUE GIRL> 2010년 10월호
기사이미지1
그레이 니트는 앤 드멀미스터(Ann Demeulemeester), 블랙 재킷은 레주렉션 바이 주영(Resurrection by Juyoung), 팬츠는 디올 옴므(Dior Homme) 제품. 페도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자세한 내용은 ‘find it’에 나와 있습니다.)
기사이미지2
블랙 가죽 베스트는 앤 드멀미스터(Ann Demeulemeester), 뱅글은 엠주(Mzuu), 팬츠는 곽현주 컬렉션 (Kwak Hyun Joo Collection), 슈즈는 카이 아크만(Kai-aakmann) 제품. (자세한 내용은 ‘find it’에 나와 있습니다.)
VOGUEGIRL(이하 V.G.) 2년 전쯤 만났을 때보다 안정된 느낌이다. 마음이 좀 여유로워진 건가?
유아인 마음이 여유롭다고 어디서나 여유로운 사람은 아니다. 불편할 때도 있다. 현장마다 다른데, 거기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오늘은 편했다.

V.G. 당신을 인터뷰하러 간다고 하니까, 다들 첫마디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보고문 재신이유아인인 줄 몰랐어”더라. 캐릭터 때문일까? 얼굴도 이전에 비해 훨씬 성숙해졌다.
유아인 태닝하고 수염도 기르고 그랬으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다. 난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각기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게 재미있다. 드라마 끝나면 깔끔하게 수염 밀고 나타나서 깜짝 놀래켜줄까, 생각 중이다(웃음).

V.G. 문재신 역으로 캐스팅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같이 웃는 당신이 반항아문재신역에 어울리냐고 말이다.
유아인 꽃미남처럼 보이려고 한 적이 없었는데도 사람들이 그 비슷한 이미지로 생각한다. 사실 내가 근육질에 거친 남자의 느낌은 아닌 데다 문 재신이 아주 극적으로 터프한 이미지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V.G.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원작 소설의 팬들이다. 난 소설책이 아니라 대본을 가지고 연기하는 배우니까 원작의 고리로부터 탈피하는 건 대본에 충실하게 집중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문재신을 정말 잘 표현할 자신이 있기도 했고. 근데 참 웃긴 것 같다.

(V.G. 무엇이?)
처음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는 나와 송중기, 박유천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하얀 두부 같은 애들 셋이 나왔다고 하더니, 사진 한 장이 공개되고 나서는 ‘성균관 훈장님인가, 쟨 왜 혼자 튀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남자답고 어른스러워 보인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그런 반응들이 참 웃기다. 사실 재신도 남자다운 사람은 아닌데….

V.G.. 그럼 남자다운 건 뭐라고 생각하나?
유아인 어릴 때부터 남자다운 게 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솔직하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남자다운 걸까? 여전히 ‘남자답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남자답다’고 말하는, 거칠고 주먹질 잘 하고 근육이 탄탄하고 눈에 힘이 들어간 겉모습이 절대 남자다운 게 아니라는 건 알겠지만 말이다.

V.G.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문재신은 당신과 닮은 점이 많다. 무관심한 태도, 삐딱한 시선 같은 것 말이다.
유아인 문재신은 무신경하고 무관심한 채로 흐느적대는 사람이다. 몸이 좋아서 그걸 보여주려고 옷을 풀어헤치는 게 아니라 옷을 여미는 것마저도 귀찮은 사람. 내가 생각하는 재신은 남자답거나 멋있다기보다는 어리고 귀여운 쪽이었다.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10대 소녀의 눈에는 남자다워 보이지만, 나이가 더 든 사람들에겐 멋있는 척하는 것처럼 보이듯이 말이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아도 극복하고 이겨내서 좀더 지혜로워지는 대신 세상을 포기하고 등지는 타입인 거다. 참 어리지 않나? 물론 그의 상처에 공감하며 연기하고 있고, 나도 세상으로부터 튕겨져 나와 일그러졌던 시간들을 겪었지만, 그래서 더 그를 이해하지만 그가 남자답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귀엽다.

V.G. 느낀 그대로를 말하고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문재신은 당신과 닮은 점이 많다. 무관심한 태도, 삐딱한 시선 같은 것 말이다.
유아인 문재신은 무신경하고 무관심한 채로 흐느적대는 사람이다. 몸이 좋아서 그걸 보여주려고 옷을 풀어헤치는 게 아니라 옷을 여미는 것마저도 귀찮은 사람. 내가 생각하는 재신은 남자답거나 멋있다기보다는 어리고 귀여운 쪽이었다.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10대 소녀의 눈에는 남자다워 보이지만, 나이가 더 든 사람들에겐 멋있는 척하는 것처럼 보이듯이 말이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아도 극복하고 이겨내서 좀더 지혜로워지는 대신 세상을 포기하고 등지는 타입인 거다. 참 어리지 않나? 물론 그의 상처에 공감하며 연기하고 있고, 나도 세상으로부터 튕겨져 나와 일그러졌던 시간들을 겪었지만, 그래서 더 그를 이해하지만 그가 남자답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귀엽다.

V.G. 그래도 멋있는 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아인 실은 첫 방송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내가 멋있는 척을 했을까봐. 그럼 손발이 오그라들까봐(웃음). 한 장면만 나오는데도 제대로 못 보겠더라. 물론 멋있는 척을 해야 하지만, 깔끔하고 담백하게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V.G. 당신은 어떤 연기를 해도 유아인스럽다. 심지어는 지금 당장 80대 노인으로 분장하고 연기한다고 해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다.유아인 어떤 선배가 들으면 “넌 온전히 그 캐릭터여야 해”라며 혼낼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는 나를 반영하고 또 표현하는 일이니까, 어떤 캐릭터 속에서도 내가 다른 형태로 투영되는 게 맞다. 그것이 배우 유아인이 존재해야 할 이유이고, 그게 곧 내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V.G. 어떤 배우들은 20대에 40대를 연기하기도 하고, 그게 연기를 잘 하는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아인 아직은 내가 성장하는 속도와 같은 나이의 역할, 내가 지나고 있는 삶의 순간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지금 스물 다섯살인데, 돌이켜보면 20대 초반의 나는 정말 이상한 아이였다. 남들과 다른 것에 집착하고, 특별하고 싶었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특별하기도 하지만 더 특별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이에 비해 연기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 깊이 있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을 때 내가 또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고 사람들을 놀라게 해줄 수 있었던 때, 더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다. 물론 좋은 영화들을 찍었고 좋은 캐릭터를 만났지만 대중 혹은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그런 내 모습을 더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재신은 그 동안 대중에게 무언가를 굉장히 보여주고 싶었던 나의 갈증을 풀어주는 캐릭터다.

V.G. 의외다. 인기나 흥행과 상관없이 “난 연기를 하는 사람이고, 이 길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답할 줄 알았다.
유아인 맞다. 관심 없었다. 내가 좋은 것만 하고, 내가 좋으니까 하는 거지흥행이 다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었다. 예전에는 남을 의식하는 게 불편하고 쓸데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좀더 편안하게 의식하게 됐다.
기사이미지3
블랙 수트와 슈즈는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제품.
기사이미지4
블랙 퍼 코트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슬리브리스 톱과 배기 팬츠는 모두 곽현주 컬렉션(Kwak Hyun Joo Collection), 뱅글은 엠주(Mzuu), 슈즈는 카이 아크만(Kai-aakmann) 제품. (자세한 내용은 ‘find it’에 나와 있습니다.)
V.G. 배우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아인 배우의 영향력에 관해 항상 생각한다. 그동안 그렇게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것을 갖기 위해 욕심을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영향력이 생기는 순간에 대해 기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젠 현실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가진 발언권과 영향력을 제대로 행사하고 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웃음). 웃기게도 어제 친구와 그런 얘길 했다. 나는 나만 위하고, 나만 생각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요즘 들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이다. 심지어 미니홈피에 들어와서 ‘오빠 좋아해요’라고 방명록을 남기는 10대 소녀들에게도, 그들이 좋아하는 내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보통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모습은 실체의 일부분에 불과하니까 그런 허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인간 엄홍식(본명)의 솔직한 모습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다. 연기를 통해서 혹은 글을 통해서라도 내가 본 세상이 나라는 통로를 지나쳤을 때 아주 특별해 보였으면 좋겠다.

V.G. 미니홈피에도 유아인이 아닌 엄홍식이라는 이름을 쓰던데….
유아인 유아인이라는 이름은 뭔가 너무 뻔한 거짓말 같아서 싫다.

(V.G. 그럼 바꾸면 되지 않나?) 또 적극적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럴 만큼 싫고 불편한 건 아니다. 어차피 다른 사람이 나를 부르는 거지, 내가 “아인이는요”하는 거 아니니까(웃음). 상관없다, 어떻게 불리든.

V.G. 미니홈피에 사진보다 글이 더 많더라.
유아인 연기보다 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우습게도, 연기하는 유아인보다 미니홈피에 글을 쓰는 인간 엄홍식이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나다. 배우가 본업인 사람이 글 쓰는 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면서 글을 통해 팬들과 더 많이 소통해왔다. 물론 글 쓰는 일을 취미라고 할 만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서 가끔은 글 쓰는 사람의 직업 의식 같은 걸 느끼기도 한다. 이번 달 마감을 해야 하는데, 글 한 번 올릴 때가 됐는데,한다(웃음). 글을 쓸 수밖에 없을 때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V.G. 책은 얼마나 읽나?)
책을 정말 안 읽는 편이다. 책 한 장을 읽으면 열 장은 쓰고 싶어져서 무척 힘들다. 독서는 훌륭한 습관이지만 책을 보면 그 문체를 흉내내게 돼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독이 꼭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V.G. 힘들 때 밖으로 표출하나, 안으로 숨나?
유아인 힘들 때…. (한참을 생각하다) 이제 조금 똘똘하게 표현한다. 한평생 혼자서 짊어져야 할 짐이나 일상 속에서 힘에 부치는 일들, 괴로움을 주변사람들과 나누기도 한다. 그놈의 자아, 에고에 휩싸였던 때가 있었는데 그렇게 끝도 없이 부정적인 시기가 지나고 나니 긍정적인 면을 찾게 됐다. 나는 내가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아직 다 지나온 게 아니라 딱 한 줄로 정리해서 말할 순 없지만 부정적인 생각들이 끊임없이 계속되다 보니 오히려 긍정적이고 예쁜,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V.G. 일탈을 하나?
유아인 요즘엔 안 한다(웃음). 예전엔 촬영도 안 나가고 펑크 내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실은 일탈을 할 만큼 지친 것도 아닌데 내 나이 스물 둘에 현실적인 것들에 억눌리고 얽매이는 게 싫었다. 그래서 더 삐뚤어지고. 어찌 생각하면 일탈하고 싶었던 순간들은 벌써 다 지나갔는데, 그냥 내가 언제라도 일탈할 수 있는 여지가 남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V.G.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누구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 마련이다. 그럼 30대의 유아인은 어떤 모습일까?
유아인 멋있겠지(웃음). 항상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더 멋있는 사람이 되려고 하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끊임없이, 정말 끊임없이 노력하니까 그 결실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멋진 사람이고 싶다.

V.G. 정신적인 과도기도 지났고, 주목 받을 만한 작품에 원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요즘 행복한가?
유아인 그건 모르겠다.

(V.G. 아니 왜?)
행복하다고 말하려면 너무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단순하지 않아서 그런지….

(V.G.. 완벽주의자이고 싶은가?)
글쎄, 그래 보이나(웃음)? 어쩌면 행복은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 주소복사 메일보내기
CREDIT

에디터 : 황지아

포토그래퍼 : 목나정

스탭 : 스타일리스트/지상은, 캐스팅 디렉터 / 최진우 , 헤어&메이크업/김환

출처 : Vogue Girl website

0/600 bytes

dltkddn
귀여버요. 2012.01.20

sje2711
항상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
전 아직 10대 지만 더 지혜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하거든요
성균관스캔들에서 유아인역할, 안오글 거리고 멋있었습니다 ㅋㅋ 앞으로도 힘내시길! 2011.07.27

mk7008
멋지네용 2011.01.30

tymby
꺄아~ 너무 멋있어요!!! 2011.01.13

ois8383
성균관 스캔들 때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네요. 2011.01.02

pinkpop0216
생각이 있는 배우인것 같아 보기 좋네요. 응원하겠습니다!
2010.10.30

alkong72
^^ 2010.10.23

aodwwkd
ㅋㅋ 화보 어색하다 2010.10.22

cozychoco
엄홍식 어찌 아니 좋아할 수 있겠는가? 이미 난 홍식海에 풍덩 빠졌다ㅎㅎㅎ 2010.10.22

wjswoghd
보네요 2010.10.20

1 2 3 4 5